알을 받았다.


차기 마왕의 알이라고 했다. 원하는대로 길러도 된다고 하기에 받자마다 쿠로오는 당장 글래머! 영악한 타입! 갈색 곱슬머리! 흰 피부! 취향을 외쳤다. 옆에서 설명서를 든 켄마 왈 쿠로...남자애래...


급 실망한 쿠로오는 뭐야 맘대로 길러도 된다면 성별도 정하게 해야지 투덜거리며 남자애라면 그저 똑똑하고 튼튼하면 장땡이지 하고 방치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쿠로오완 달리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은 켄마가 알에서 깨어나기 전까지 몸에서 떼놓지 말라고 써있다는걸 알려줬다.


쿠로...임산부 같아...
...아무 말도 하지 마...
커다란데다 동그래서 휴대성 최악인 알을 항상 가지고 다니려면 포대기밖에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 고생의 댓가는 반드시 차기 마왕 녀석에게 받으리 쿠로오는 결심했다.


아무리 알이라도 태교?는 해야하나 싶어서 노래를 불러줘봤다. 켄마 녀석이 못들어주겠다며 여행을 떠나려는걸 억지로 잡아야했다. 솔직히 알이 깨어난 후의 육아도 혼자서 해낼수 있을것 같지가 않은데 소꿉친구는 소중하지


실수로 알을 떨어트려서 심장이 떨어지는줄 알았다. 생각보다 알은 튼튼했다. 내 목이 떨어지지 않게 해줘서 기특하구나 칭찬을 하고 있자니 켄마가 쿠로가...알한테 말을 걸고 있어... 기분나빠하는 표정을 짓길래 헤드락을 걸어주었다.


하도 부화하는 기색이 없길래 드디어 설명서라는 두루말일 읽어보았다. 10개월...! 게다가 마왕은 보통 마족과는 다르게 인간들과 성장 속도가 같다고 써있었다. 이건 적어도 십몇년은 육아에 매달려야한다는 소리!? 로또인줄 알았더니만 쪽박인가 보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쿠로오는 고민했다.


드디어 길고 긴 10개월이 지나고 알이 부화했다. 태어난 아이는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를 하고 있어서 쿠로오는 조금 동요했다고 한다. 하하...설마...


알이 부화했어도 포대기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시미즈로부터 '출산 축하합니다.' 메세지가 적힌 카드가 와서 구겨버렸다.


아기란건 더럽게 시끄럽고 귀찮은 생물이다. 한밤중에 빽빽 우는걸 견디는건 그나마 자신이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게지 쿠로오는 자화자찬을 하며 오늘도 포대기를 매고 마력이 높은 장소를 돌았다. 마족의 생명의 근원인 마력을 자연에서 흡수하는 뿔이 아직 조그만 아기 뿔이기에 애들은 마력이 높은 장소에 가주는게 좋다고 한다. 참 아직 갓난쟁이인 차기 마왕님의 이름은 오이카와 토오루라고 했다. 이것조차 설명서에 적힌 대로였다. 뭐가 내 맘대롤라는건지 참내 쿠로오는 투덜거렸다.


귀엽지? 좀 맡아줄래?
눈 앞에서 문이 닫혔다.
아기란건 더럽게 시끄럽고 귀찮고, 밤이 아니라 낮에도 빽빽 울어대는 생물이다. 차기 마왕님만 아니면 내다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배시시 웃고 있기에 귀엽지만...통통한 볼을 꾹꾹 눌러주었다. 아기가 침을 뱉었다. 하하 너 크면 두고보자!


인간 마을에 놀러갔다가 좋은 것을 배웠다고, 엉뚱한 곳으로 기어가려는 토오루의 허리에 묶어놓은 줄을 죽 잡아당기며 생각했다.
여러번 다니자 유아용품을 취급하는 가게 할멈이 젊은 총각이 홀애비되서 고생이 많다며 덤도 주었다. 역시 인간들은 따뜻해ㅠㅠ 마족들은 다 매정한 놈들 뿐이야! 쿠로오는 동족들을 욕했다.


인간 마을은 마력이 높은 곳에 있어야 하는 토오루의 몸에 좋지 않기에 금방 돌아와야했다. 하지만 어자피 이녀석 보통 마족 애들이랑은 성장 속도가 맞지 않을테니 또래 애들과 놀게 해주려면 좀 크고 난 다음엔 인간 마을쪽 거처도 하나 마련해야될지도? 드물게 한참 후의 일을 생각해보았다. 그 토오루는 아직 제 몸도 제대로 못가누고 쿠로오의 옷에 침을 흘리는 중이다.


이것 봐! 토오루가 이제 뒤로도 업고 다닐수 있게 목을 잘 가눠! 제 팔힘으로 내 목에도 매달려! 자랑을 했더니 켄마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쿠로...애엄마... 쓸데없는 소릴 하는 소꿉친구를 응징하고 있자 리에프가 대단하네요!귀엽네요!하고 맞장구쳐주었다. 음 착한 녀석


상으로 토오루와 놀게 해주고 낮잠을 자고 있자니 한시간 만에 울어요! 어떡하죠? 자기도 울상이 된 리에프가 달려왔다. 우선 그 어설프게 물건처럼 들고 있는 안는 방법을 바꿔라! 토오루를 달래며 기저귀도 식사도 아닌걸 확인하곤 왜 울기 시작했는지 물어보니 높다 높다를 해줬다고 한다. 네 키로 그걸 하면 당연히 무섭지 임마!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


걸음마를 한다.
쿠로오가 안볼때만. 쿠로오가 쳐다보면 철푸덕 주저앉아 안아달라고 양팔을 내민다. 응석을 너무 받아줘서 그렇잖아. 쌀쌀하게 말하고 지나가는 시미즈의 등 뒤로 아직 다리가 약해서 많이 걸을수 없어서 그렇다구...변명을 하는 쿠로오였다.


이제는 뛰어 다닌다.
뛰어다닐수 있게 되자 이젠 안아달라고 하긴 커녕 종횡무진 아무곳에나 가려하는걸 잡으려 같이 뛰어다니게한다. 스스로의 운동부족을 깨달았다. 쿠로오씨는 두뇌파라구! 덕분에 기어다닐때 쓰던 줄이 대 활약. 지금도 엉뚱한 곳으로 다다닥 뛰어가려는 토오루를 죽 끌어당겼다. 우우! 이제는 제법 의사소통이 되는 토오루가 불만스럽다는듯이 바닥을 팡팡 친다. 안돼!  


쿠로오를 바라보며 양 팔을 내미는게 이제는 포옹이 아니라 무등이 되었다. 아무래도 어깨에 타서 쿠로오의 뿔을 잡는게 대단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네네 머리카락 잡아당기면 아픈데요~ 가고싶은 방향까지 지시되다보니 조종 당하는 기분이 되는 쿠로오였다.


낯가림을 한다.
켄마가 놀러오자 우웅 하고 응석부리는 소리를 내며 토오루가 쿠로오의 다리 뒤로 숨었다. ?ㅋㅋㅋㅋ 켄마라구. 무서운 사람 아냐~ 억지로 앞으로 나서게 하자 싫어싫어 도리질을 치며 쿠로오의 다리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다.
...왠지...흉악한 얼굴의 쿠로오보다 나를 무서워 하다니 충격...
어이 켄마 다 들린다.


친구가 생겼다.

토오루가 왠 인간 아이의 손을 잡고 엉엉 울면서 걸어오길래 인간에게 해라도 당한건가 깜짝 놀랐다. 다행히 그냥 넘어진거란다. 토오루가 아니라 인간 아이가…왜 넘어진 애가 안 울고 다치지도 않은 토오루가 우는거냐!? 까진 무릎을 치료하는 중에도 울지 않고 의젓한 인간 아이는 이와이즈미라고 했다.


이와쨩

여태까지 토오루가 늘 함께 있고 싶어하는 건 나 뿐이었는데 조금 외롭다. 맨날 얘기하는 것도 이와쨩 이와쨩 뿐. 개구쟁이인 아이와 산으로 들로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모양이다. 덕분에 낯을 가리고 소극적이던 토오루가 활발해진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마력을 충전하기 위해서 곧 인간 마을을 떠야하는걸 어떻게 말해야할지 걱정이다. 일반마족하고는 달리 마왕은 마력의 농도가 높은 곳에 있어야 성장할 수가 있다고 한다. 이대로 두면 자라지 않는 걸까?


시험해 보는게 아니었다.

눈에 띄게 안색이 안좋아진 토오루를 마족의 마을로 데려와야했다. 이와쨩하고 떨어지기 싫다고 엉엉 우는걸 억지로 데려오자 나에게 쿠로쨩 정말 미워!라고 했다.

…별로 애를 키우는거니 토오루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킬때마다 밉다거나 싫다거나 처음 듣는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꽤나 진심이었던 듯 한동안 토라진 상태로 뭘 말하든 싫어 뿐이라 애먹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켄마가 얼굴색이 안 좋다고 걱정했다. 엥 토오루가 아닌 나?


미움 받고 있다.

인간 아이들의 반항기는 좀 더 나중이라고 들었는데… 사춘기라나 뭐라나 12~14세라고 하더만 너무 이르잖아! 시미즈를 따르면서 타나카나 니시노야와 즐거운듯 놀다가도 내 얼굴을 보기만하면 볼을 잔뜩 부풀리고 뾰로통해진다. 시미즈가 미운 다섯살이라는 용어를 알려주었다. 말은 안 듣지만 별로 밉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쿠로쨩과 집에 돌아가기 싫다고 악을 쓰는 토오루를 번쩍 안아들고 귀가했다. 반항해봤자 너는 나랑 살고 있답니다.

 

겨우 인간 친구랑 떼어 놓은 일을 잊어주었다고 생각했더니만 이젠 뭐든지 왜냐고 물어보는 공격이 시작되었다. 왜 싫은 것도 먹어야 해? 왜 더 놀고 싶은데 자라고 하는데? ? ? 왜 저건 파란색이야? 왜 쿠로쨩은 쿠로쨩이야? 까매서? 어린애다운 귀여운 질문은 괜찮지만 가끔 의미심장한걸 뜻도 모르면서 물어보기도 해서 곤란하다. 그리고 귀찮다.

왜 이와쨩네 가면 안돼? …잊은게 아니었군.


이제는 완전히 건강해졌으니 다시 인간 마을에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걱정된다. 마왕은 마족에 의해선 전혀 상해를 입지 않지만 인간에겐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마족이면서 보통 마족과는 전혀 다른 생물인 마왕에 대해 더 공부해둬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어째서 성장이 보통 마족과는 다른지, 어째서 다른 마족과는 달리 마왕을…수 있는 보호자라는 것이 필요한지.


오래간만에 인간 마을에서 또래들과 어울려 노는 토오루는 즐거워 보였다. 머리 양쪽에 나있는 자그마한 뿔 외엔 인간 아이들과 별 차이도 없지 않을까? 아이들과 놀다가 지켜보고 있는 나랑 마주치자 메롱 하고 혀를 내민다. 일상이니 약오르지도 않지만 그날 밤엔 다른 애들 부모님은 다 일하시는데 쿠로쨩만 놀면서 자길 따라다니는게 부끄럽다고 하는건 충격…! 백수 삼촌이라도 된 기분이다. 이어진 이제 다 컸으니 쫓아다니면서 돌봐주지 않아도 된다고, 자긴 애기 아니라고 하는 말에 내가 인간 입장에선 직업이 없어 보이는걸 부끄러워하는 건 아니라는걸 깨달았지만…빈둥거리는게 아니라 보호하는게 내 일이라는걸 알아주기엔 아직 어린가…


이번엔 눈물의 이별 없이 수월하게 인간 마을을 뜰 수 있었다. 토오루가 삐지긴 했지만이와이즈미와 영영 떨어지는게 아니라는걸 이해해 준 모양이다. 대신 오래간만에 무등을 태워줬더니 예전보다 꽤나 묵직해진게 느껴졌다. 손아귀 힘도 강해져서 머리카락만 쥐어 뜯던 아기때완 달리…쿠로오씨의 뿔은 흔든다고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프다!

인간 마을에선 친구들하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서 잠잠했던건지 왜? 공격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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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왜냐고 묻고 귀찮게 굴던 때를 그리워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젠 뭐든지 혼자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시기. 솔직히 미덥지 않지만 돌봐주려 하면 화를 낸다. 어린애가 아니라고 말해봤자 아직 한참 어린애라고 말하면 더 화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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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애들은 잘 못할 땐 하고 싶어 하면서 잘하게 된 순간 안하려 드는 걸까? 꼬맹이때는 서툰 손으로나마 청소 돕겠다는게 귀여웠는데…오늘도 쿠로쨩 마마는 토오루가 잔뜩 어질러 놓은 집을 치우며 눈물짓습니다…궁상맞군.


시미즈에게 육아법이 너무 무른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마왕을 유일하게 혼낼 수 있는 입장인데 너무 받아주기만 한다길래 농담 삼아 저렇게 귀여운 생물을 어떻게 혼내냐고 했더니 경멸의 표정을 받았다. 상처받는데요…

유일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토오루가 고집을 피우면 시미즈도 켄마도 가차없이 나무라고 있고 주변엔 좋은 어른들이많으니 나 정도는 응석만 받아줘도 괜찮지 않을까?


솔직히 미움 받고 싶지 않다. 이미 충분히 미움 받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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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을 거절한 뒤부터 토오루는 나를 미워하고 있다.


나를 좋아하는거 같다고 말해 온 토오루에게 그건 보호자에게 애착을 느끼는 것일 뿐 진짜 좋아하는게 아니라고 말해 준 뒤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띄게 쌀쌀맞아졌다. 역시 그 정도로 싫어질 수 있는 한때의 미혹인 것이다.

 

나와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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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는 오이카와를 어떻게 기르고 싶은거야?

켄마가 물었다. 모르겠다. 분명 처음엔 귀찮다고도, 대를 잇는 마왕 제도에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고도, 그래도 차기 마왕을 마음대로 기를 수 있다니 재밌겠다고도 생각했던거 같은데 어느새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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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혼자 다녀올게

어느새 나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자란 토오루가 나 없이 혼자 이와쨩을 만나러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자주 다녀오던 곳이라 길을 잃거나 할 걱정은 없겠지만 인간은 마족과 다르게...걱정하는 말을 잔소리는 귀찮다고 일축하며 이젠 어린애가 아니니 따라다닐 필요가 없다고 한다

 

짧은 대화중에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피하지만 요즘의 태도는 예전처럼 살갑지만은 않아도 충분히 자연스럽기에 토오루는 나에 대한 마음을 접었고 우리의 관계는 평범한 마왕과 보호자의 관계로 돌아간거라고 안심했다.

동시에 그걸 아쉽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나

 

어른과 아이의 관계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남의 인생에 뛰어들어 실컷 휘저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 놓고선

술을 마시며 이런 푸념을 하다 그래도 토오루는 아직 어리지덧붙이는 나를 켄마가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토오루가 혼자 인간 마을로 떠난지 일주일...걱정 된다. 따라 오면 절교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몰래 쫓아가 지켜봤을텐데

 

마을 입구가 소란스러웠다.

불길한 기분에 황급히 달려가 보니 큰 상처를 입은 토오루를 이와이즈미가 안아 들고 있었다

쿠로오씨 오이카와가...

주위의 소란스러움도 오이카와가 다친 이유에 대한 설명도 귀울음처럼 웅웅 울리기만 할 뿐 아무 내용도 귀에 들어오지 않은 채 그에게서 토오루를 받아 안은 순간

 

 

팔에는 토오루의 망토만 남은채 익숙한 감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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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잘 돌보던 척 했지만 사실은 꽤 자주 떨어트렸었다.

깨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후론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모양 때문에 알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마왕 시스템을 유지하는 마력의 매개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에 돌덩이나 마찬가지라고...

 

그 시절과 같은 감각인데 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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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 토오루가 세상에서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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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틀어박힌 나에게 켄마가 조심스럽게 다음 마왕도 내가 돌보게 되었다고 전해주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내 침대 발치에 놓여진 예전과 같은 두루말이 설명서...

 

마왕은 보통 마족과는 다르다. 마왕의 알이 마력을 흡수해 마족의 모습을 할 뿐. 마족에 의해선 상처입지도 않고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가 인간에겐 죽을 수 있다니 마치 인간 용사에게 퇴치당하기 위한 존재 같다고 비웃은 적이 있었다.

 

토오루를 만나기 전까지 마왕은 알이 잠시 주위와 같은 마족의 모습을 빌릴 뿐 개별적인 인격체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이젠 진짜로 오이카와 토오루는 마족의 역사를 담고있는 알 안의 하나의 기억이 되어버렸다

 

마왕의 보호자란 인간과 같이 마족 중에선 유일하게 마왕에게 해를 입힐 수 있는 존재라고, 입맛대로 마왕을 길러놓고 마음에 들지 않을때는 쉽게 처분하게 되어있는 시스템을 경멸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선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이젠 알이 오이카와 토오루 이외의 존재가 되는걸 용납할 수 없기에

 

켄마는 토오루를 잃은 직후의 내가 다시 보호자 역을 받아들이는 걸 걱정했지만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다. 인간 외에는 보호자만이 마왕을 죽일 수 있다면 다시 보호자가 되어 이제 오이카와 토오루가 아닌 알 따윈 없애버리자. 받아들인 행세를 하며 어디 용암에라도 던져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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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침침한 동굴 안에서 오이카와는 눈을 떴다

잠시 혼탁한 머리를 흔들며 주위를 살피자 마족들이 마력 회복에 쓰는 마을에서 가장 마력 농도가 높은 장소라는 걸 알수 있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했나보다고, 하지만 어째서 알몸인거냐고 투덜거리며 임시로나마 입구쪽에 쳐진 천막을 걷어 대충 몸을 가리면서 동굴을 나섰다.

어린애가 아니니 혼자도 괜찮다고 실컷 잘난척 해놓고선 쿠로쨩한테 비웃음 당하겠지...

심상치 않게 당황하는 마족에게 왜 마력을 회복할 뿐인데 다 벗고 있는 거냐며 따지려는데 왠지 주위가 소란스럽다. 달려온 듯한 쿠로오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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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없애려는 결심 따윈 날아가 버렸다.

 

쿠로오는 오이카와를 끌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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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터 이런 결말을 정해놓고 푼 썰이었지만 후반부만 이렇게 분위기 다른 거면 한번에 몰아서 풀었어야 했겠죠?ㅋㅋㅋㅋㅋㅇ<-<  띄엄띄엄 쓰고싶은 장면만 풀어서 감정선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게 불만스럽지만 과연 잊어먹기 전에 보완할수 있을까 싶네요.



사족 ) 쿠로오가 자신을 없애려고 한걸 알이 알아채고 소멸하지 않기 위해 알 안에 보관된 마왕의 인격 중 하나가 된 오이카와를 되돌려 놓은 것 뿐입니다. 쿠로오도 그걸 알고 있지만 오이카와가 있으니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홍차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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